아주 개인적인 투자 기록 일지
August 18, 2020
지옥에서 돌아왔다.
최근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던 투자 기록 시트가 태초의 상태로 돌아왔다. 손실 복구를 완료하였다는 이야기다. 성공적인 투자는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인데, 4개월 동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요새 조금씩 미소를 짓고 있다. 후후.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국내주식 / 해외주식 / 상품 및 지수 (ETF, ETN) / 펀드 / 암호화폐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했다. 작년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투자를 잠깐 쉬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에너지와 여윳돈이 생겨 아주 다양한 종목들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직접 투자하면서 바라보니 공부도 많이 되고 예전에 배웠던 개념들을 현실에 제대로 적용해보는 느낌이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 유가 전쟁, 미중 무역갈등 등등 다양한 세계 경제 이슈가 있었다. 아주 다이나믹했다. 동학개미운동, 테슬라, 상품/지수 인버스, 금값, 양적완화 등은 주변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입에 항상 오르내리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예전에도 소소하게 투자는 했었지만 올해는 살면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가장 역동적으로 집행한 것 같다. 몇 가지 실패 케이스와 성공 케이스들을 가지고 나의 올해, 현재까지의 투자 실적을 간단히 리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의 지옥은 5월이었고, 최저 수익률은 -35.01%였다.
실패 사례
- 상품 ETF / ETN 투자
올해 초 세계 정세가 급변하면서 한 상품에 꽂혀서 가격 추이와 시장 상황, 변동성 주요 요인들을 분석해보았다. 가격 추이가 눈에 선해서 분할 매수로 진입을 했다. 결론은 개 피봤다.
초기에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급변해서 얼씨구나 좋다하고 분할매도로 반 익절을 시전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더 갈 것 같아서 익절 금액을 다시 진입했다. 어떤 상품인지는 차치하고, 분명히 변수가 많았음에도 앞뒤를 재지 않은게 가장 큰 실수였다.
또 ETF와 ETN에 대한 공부가 덜 되었고, 이 두 가지는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상품의 가격이 내가 생각한 방향과 반대로 직행한 날, 진짜 술먹고 거의 절규를 한 후에 손절을 했는데 되돌아보면 나는 정말 일희일비하는 인간인 것 같다.
이후 이 종목은 내가 원래 생각한 방향으로 다시 미친듯이 움직였고 손실을 복구해보고자 반대에 탑승한 나는 더 크게 쳐맞았다…
이건 현재도 심하게 물려있고 이 종목에서의 복구가 매우 요원하다. 하지만 계좌에 그대로 남겨두고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이 종목 수익률을 볼 때마다 매우 기분이 안좋지만, 나에게 겸손을 알려주는 지표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하하하하…
이 사례를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은 모르면 소액으로 하면서 배우자,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성이면 그냥 존버하자이다. ㅎㅎ..
- 카카오 / 네이버
IT 산업은 내가 그래도 조금 파악하고 있는 분야인데, 올해 3월에 카카오와 네이버를 평단 16만원대에 들어갔었다. 코로나로 수혜를 입을거라고 생각한 이 두 종목은 당시에 아주 급변했고 나는 단기 급락에 손절을 하는 아주 멍청한 짓을 하기에 이르른다. 후…
현재 이 두 종목은 30만원대를 호가하며 나는 차트를 볼 때마다 노호성을 지르고 싶다. 어허헝!
물론 코로나 이후에 양적완화 기조가 강화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가 상승흐름을 탄 것도 있겠지만, 내가 이 두 종목을 거래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거다. (패러다임 변화가 없는 단기 추세에서) 코스피 종목은 내가 산/판 가격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실물 기반의 큰 매출/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들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니, 단기 악재와 호재가 있더라도 그 가격이 다시 온다. 급하게 손절을 감행하고 내가 산 가격이 이틀만에 돌아오는 걸 보고 나의 일희일비력을 또 한번 느꼈던 것 같다.
최근 IT 기반 회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4차 산업혁명 기조 하에서 핵심적 기술/전략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잘 될 수밖에 없다. 나는 IT를 다른 산업에 비해 그나마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바보같은 투자로 오히려 손실을 봤다.
IT 기반의 회사들은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성이 매우 높다. 증권산업, 은행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방면으로의 진출을 진행 중인 이 두 회사는 아마 꽤 오랜 기간 코스피 상위 종목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지금은 너무 올라서 도저히 못 들어가겠지만 다시 들어가면 김장독에 묻어두고 쳐다도 안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 사례
- 비트코인 /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올해 3월 경에 주식이 코로나 여파로 급락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종목들도 급락을 했다. 쌀 때 산다는 생각으로 분할 매수를 꾸준히 했는데 존버를 했더니 손실 복구에 1등 공신들이 되어주었다. 최근 암호화폐 랠리가 시작되면서 여러모로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친구들은 정말 사랑스럽다..ㅎㅎ
나는 암호화폐에 대한 아주 긍정적인, 혹은 아주 부정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기존 전통 자산들의 움직임과 가장 연결고리가 적은 신규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포트폴리오 이론 하에 자산의 다양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꽤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동성이 너무 커서 자산의 안정성이 정말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요새 주식 / 상품 등의 가격 변동성을 생각하면 메이저 코인들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수준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 포트폴리오를 가져갈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평단에 잡았으니 존버해보려고 한다. 가..가즈..아…
- 삼성전자
이 종목은 아주 좋은 평단에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토대로 여러번 거래를 했다. 손절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처음에 입은 손실 복구에 크게 도움이 된 종목이다. 실패 사례 2번에서의 깨달음을 실현해서 단기 급락이 있어도 손절을 하지 않았고, 코스피 = 안정성 전략을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실물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고 단기 호재/악재들이 겹쳐있기는 하나,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7월 기준으로 코스피의 25% 정도가 삼성전자라고 한다. 건실한 기업은 언제나 좋은 투자처고 대마는 죽지 않으므로 삼성전자는 아주 매력적인 주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큰 종목들 모두 양적완화 기조 덕택에 상승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서 내 실력으로 수익을 창출했다고 하기는 부끄럽기는 하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삼성전자는 초보자가 투자해보며 배우기에 아주 괜찮은 종목인 것 같다. 무언가를 공부하려면 가장 큰 것들부터 알아가는게 좋으니까 말이다.
- AI 펀드
코로나로 경기가 박살난 상황에서 사람보다 AI가 포트폴리오 손실 복구를 더 잘할 겉 같다는 생각에 자동으로 AI가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펀드에 소액을 넣었다. 넣을 때는 몰랐는데 넣고보니 주식 시장의 거의 저점에서 넣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증가세가 조금 주춤할 때마다 펀드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소액을 넣어서 손실 복구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투자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의 투자는 단순 수익률 기록 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AI 자산관리 서비스들도 몇 가지 알아보았는데 운용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아 직접 투자는 하지 않았다. 펀드로 AI 투자를 간접 체험하고 느낀 점은 이것이다. 특정 상황에서는 분명히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매도 수익률이 아주 비싸다. 3%라니 날강도들…
다시 처음부터 시작
엑셀 투자시트를 0%로 맞춰놓고 나니 그 동안의 고생이 뿌듯하기도 하고 투자 얘기를 같이 하던 사람들이 고맙기도 하다. 나 원래 투자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3월, 4월에 세게 얻어맞으면서 겸손해졌다.
누군가는 손실 복구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양적완화로 인한 운빨이 가장 크다. 현재 상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진짜 겸손하고 냉철하게 투자해야하는 것 같다.
이제 2020년이 4개월 반 남았는데 지금까지 얻은 교훈으로 좀 성투하면 좋겠다. 혹은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좀 더 투자를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기분이 나쁘지는 않으니까 있다가 치킨 사먹어야지.
이상 일희일비 초보 투자러의 손실 복구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