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Man

인생 첫 책을 쓰면서 배운 것들

August 30, 2020

EDDY

막연한 꿈이 현실로 다가오다

2017년. 날씨가 점점 추워지던 가을날이었다. 학회를 하고 있을 때였다. 덕분에 12시가 넘어서야 자취방에 들어왔다.

습관처럼 폰을 들고 브런치 앱을 켰다. 2017년부터 브런치에 글쓰기에 맛을 들였다. 시작은 네덜란드 교환학생 썰이었고. 2017년 하반기엔 IT와 관련된 포스팅을 올리고 있었다.

나름의 취업 준비이기도 했다. IT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때였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건 아주 좋은 공부방법이다. 문돌이가 IT기술 트렌드를 설명해주는 컨셉으로 글을 썼다.

매거진 이름은 ‘누구나 이해하는 IT’였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로보 어드바이저, A/B테스트… IT기술/트렌드를 공부하고 정리해서 올렸다.

주목받지 못하는 글도 있었지만, 어떤 글들은 다음 메인에 뜨기도 하면서 조회수가 크게 찍혔다. 조회수와 반응을 확인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그날도 습관처럼 최근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를 확인했다. 그 날따라 댓글이 꽤 많이 달려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댓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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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제안이었다. 여기서 내 인생 첫 책이 시작되었다.

놀랐다. 당시 나는 내가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책쓰기는… 마치 ‘세계 일주’같은 거였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부르짖지만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버킷 리스트.

출판사 대표님에게 답장을 보냈다.

‘제..가요? 제가 책을 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책을 써보고 싶다는 갈망은 있었다. 서점에 가봤다. 블록체인 관련 책은 어려운 번역서나, ‘나는 가상화폐 투자로 얼마 벌었다’류의 책밖에 없었다.

용기를 얻었다. ‘내가 쓰려고 하는 책이 유니크할 수 있겠다.’

결국 난 용감하게 출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틀리면 어떻게 하지?

그로부터 3달 뒤, 용감했던 3달 전의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책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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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지…)

암호화폐/블록체인에 대한 책을 쓰려면, 일단 방대하고 깊은 조사가 필요했다. 알아야 할 게, 정말정말 많았다. 경제학, 금융시장, 금융법부터 시작해 네트워크 이론, 암호학, 웹 기술까지. 비전공자 문돌이에겐 매우 버거운 지식이었다.

게다가 이 정보가 이곳저곳 파편화돼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너무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지 않은 지식들이 난무했다. 다양한 관점, 다양한 구조를 가진 정보가 뒤죽박죽 얽혀있었다. 답이 없는 문제, 검색해도 안 나오는 문제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글을 쓸 수 없었다.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쓸 건지를 정해야 했다. 어차피 내가 쓰려는 건 초보자를 위한 대중서였다.

처음 한 두 달은 글을 쓰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비유를 들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비유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심지어 꿈까지 꿨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는 ‘악성 리뷰가 달리는 꿈.

그 상황의 진짜 문제는 내가 틀린 내용을 책에 쓰는게 아니었다.

그걸 두려워한 내가 지쳐서 책쓰기를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그걸 어떻게 극복했냐고? 간단하다. 그냥 썼다.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계속 썼다.

허무하지만, 무식하게 계속 쓰는 것이 답이다. 틀린 내용을 쓰더라도, 일단 써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헛소리를 하는 것 같아도 계속 써야 한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 그래야 결국에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너무 간단해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 태도를 몸으로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마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내 안의 편집자를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내 안의 편집자가 계속해서 ‘너 이거 제대로 쓰는 것 맞아?’라고 따지면,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진다. 일단은 무시하고 계속, 꾸준히 달려야 한다. 그 다음에 고치면 된다. 그래야 진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뮤즈는 언제 올까

목표한 원고의 절반을 넘겼다. 한창 달리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마음은 급했다. 3월에 학교에 복학을 해야 했다. 4월 이전까진 원고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1~2월에 최대한 많은 진도를 나가야 했다.

게다가 그땐 벤처캐피탈에서 인턴까지 같이 하고 있었다. 책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사람들은 6시에 퇴근하고, 나는 사무실에 남아 계속 글을 썼다. 판교에서 신림동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사무실 책상에서 잔 적도 많았다.

글에도 80/20의 법칙이 있다. 80%의 시간은 막혀서 끙끙거린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20%쯤 되는 하루에 갑자기 글이 잘 써진다.

그걸 알고 있지만, ‘글이 잘 써지는 순간’이 오지 않으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더 그렇다. 3일 안에 써야할 챕터는 이틀간 진도도 못 나가고… ‘이렇게 해서 마감일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때 날 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냐’며 걱정하곤 했다.

왜 글이 잘 써지지 않을까? 왜 나에게는 ‘뮤즈’가 오지 않을까?

이 고민은, 우리가 흔히 가진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글은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는 것. 마치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가득 차고 자연스럽게 그것이 넘치면서 표현되는 결과물이 글이라고 여긴다. 대표적으로 천재 소설가나 작곡가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탁 하고 떠올라 줄줄 써 내려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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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책쓰기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논픽션은 그렇다. 글은 운동에 더 가깝다. 갑자기 어느 순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마치 꾸준하게 반복하면서 나아간다. 대단한 아이디어가 없어도 써야 한다. 쓸 기분이 아니어도 써야 한다. 지루한 반복이 이어진다. 정신적 굳은살이 몇번쯤 배긴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본다. ‘나 꽤 멀리 왔네?’

나도 ‘써지는 순간’은 왜 오지 않을까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괴로워하고 안 써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써지는 순간도 온다.

그러니 ‘안 써지는 순간’은 절대 허비한 게 아니다. 잘 써지는 짧은 순간을 터뜨리기 위해 충전한 시간이다.

뮤즈는 어느 날 번개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안 써지는 글을 붙잡고, 용을 쓰고 기를 모아야 온다. 결론적은 의자에 엉덩이를 어떻게든 붙이고 앉아서 그 시간을 투입해 넣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믿는다. 그러면 언젠가, 뮤즈가 온다.

생각 정리를 도와준 친구들

‘글쓰기엔 개요가 중요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다. 개요란 생각의 ‘구조’다. 골격이 튼튼해야 건물이 안전하듯이, 개요를 잘 짜야 명확하고 전달력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책을 쓸 땐, 개요가 더욱더 중요하다. 긴 글이기 때문이다. 전체 구조가 튼튼하지 않으면, 앞뒤가 안 맞기 십상이다. 그래서 책쓸 때 생각의 구조화를 돕는 여러 가지 도구를 잘 써먹었다.

워크플로위(Workflowy)

워크플로위(Workflowy)는 ‘구조화’하는데 최적의 도구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있을 때, 워크플로위를 사용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문장 단위로 쪼갠다. 의견, 주장, 근거, 사실 등을 레고 조각처럼 부수어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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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면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묶는다. 상위 아이디어와 하위 아이디어를 연결한다. 흔히 ‘단 맞추기’라고 한다. 그리고 나면 이 조각들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감이 온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내용을 쭉 써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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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그림처럼 묶어서 구조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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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플로위는 인터페이스도 훌륭하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애플 제품과 비슷한 미니멀리즘이 느껴진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난 지금은 워크플로위를 쓰지 않는다. 다이널리스트(Dynalist)는 워크플로위와 거의 똑같은 데 무료다. 현재는 다이널리스트를 쓰고 있다.

스크리브너(Scrivener)

스크리브너(Scrivener)는 책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됐다. 사실 짧은 글 개요는 워크플로위로 충분하다. 하지만 A4 100장이 넘어가는 긴 글을 쓸 때는 좀 다르다. 생각이 바뀌고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체 글 구조를 잡는 일이 쉽지가 않다. 스크리브너는 그런 상황에 딱 맞는 소프트웨어다.

글을 여러 챕터로 조각내서 쓰고, 여러 계층 구조를 만들어 관리한다. 순서를 쉽게 수정할 수 있고, 구조를 파악하기 쉽다. 오랜 시간을 두고 써야 하는 글이 있을 때 아주 유용하다.

포켓(Pocket)

마지막으로, 포켓(Pocket)은 웹문서 클리핑 도구다. 크롬 확장 도구에 추가해놓으면 클릭 한 번으로 웹상의 글을 쉽게 저장할 수 있다. 책 쓸 때 참고한 자료는 거의 대부분이 웹문서였다. 포켓은 블록체인 관련 자료들을 쉽게 저장하고 찾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논픽션 글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고, 설득력있게 주장과 근거를 다듬는 일의 반복이다. 워크플로위, 스크리브너, 포켓은 그 과정을 도와준 고마운 친구다. 덕분에 첫 책을 쓰면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출판사에 초고를 써서 보냈다. 며칠 뒤, 답장이 왔다. ‘너무 어려워서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피드백이었다.

“내가 얼마나 노력한 건데, 이걸 이해하기가 어렵다니?” 그때는 실망스러웠다.

며칠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피드백이 이해가 갔다. 초고는 정말 수업 필기 같았다. 정보는 잘 구조화해놓았지만, 막상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나 흥미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논리와 정보 전달만 담겨있었다. 이런 글은 딱딱해서 잘 읽히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비유와 이야기를 넣기로 했다.

그래서 ‘비트코인 카페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스토리텔링이었다. 좀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반응이 확 달랐다. 나중에 출간되고 나서도, 그 부분이 쏙쏙 들어왔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야기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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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좋은 비유와 이야깃거리를 찾는 습관이 생겼다.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녔다. ‘어떻게 하면 ‘탈중앙화’를 쉽게 설명하지?’ ‘어떻게 하면 ‘ICO’를 쉽게 설명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에 그렇게 관심을 기울인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서, ‘지하철/버스로 탈중앙화/중앙화 조직의 차이를 비유해보면 어떨까’를 떠올렸다. 허허벌판이었던 판교가 신도시가 된 것을 보면서, ‘ICO와 신도시 개발을 엮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초보 작가가 잊기 쉬운 포인트다. 글에 모든 생각을 다 쏟아내는 것보다, 얼마나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비유와 이야기의 힘을 깨달은 뒤부터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쉽게 풀어쓰는 능력은 생각보다 희소하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있지만, 핵심을 쉽게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과학자는 많지만 <과학 콘서트>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적고, 경제학자는 많지만 <경제학 카페>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의 글이 인터넷에서 읽히는 요즘. 쉽게 쓰는 능력은 더 중요해졌다. 인터넷 상의 독자들은 쉽게 쓰지 않으면 슥하고 스크롤을 내려버린다. 쉽게 쓰기는 내 책의 유일한,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핵심을 쉽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미디어도 힘이 세다

원고를 탈고하고 나서, 출판사와 향후 마케팅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대표님이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는데, 요즘 출판 시장에서도 전문 작가보다 인플루언서들이 더 인기 있다고 한다. 대형 출판사들과 스타 작가들이 성공을 보증하던 옛날과 달라졌다.

소셜 미디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쓴 에세이가 ‘안타’를 친다. 그래서 중소형 출판사들은 SNS를 샅샅이 뒤져 예비 작가들을 찾는다.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작가 경력이나 출판사보다 훨씬 중요한 시대.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네트워크는 ‘자본’이자 ‘생산수단’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내가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있고, 누구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가 곧 힘이다.

사실 네트워크는 오래전부터 중요했다. 다만 이전까지 보통 사람의 네트워크는 인간적 관계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하고 달라졌다.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의 한계가 엄청나게 넓어졌다. 일반인도 미디어를 통해 그 어떤 마당발도 얻을 수 없는 크기의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방송국이나 신문사와 맞먹는 수준까지도.

미디어는 남에게 내 말을 들려줄 수 있는 힘이다. 곧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다.

정보가 넘쳐나기에 주의집중(attention)가 희귀해진 현대 사회. 미디어는 사람들의 주의집중을 가지고 있다. 내 개인 미디어와 연결되어있는 사람이 수십, 수백만 명이라면? 그 주의집중의 힘은 엄청 크다. 인플루언서들이 스타 작가들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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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트워크는 공짜가 아니다. 인간적 관계를 넘어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들어준다. 내가 키운 브런치라는 미디어는 작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내 인생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초보 블로거였던 내가 잡지에 연재를 했고, 좋은 곳에서 일하는 경험을 했고, 책을 쓰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이다.

스타 유투버들이 몇 억 연봉을 번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여전히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이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미디어를 키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물론 미디어를 모든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좀 피곤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콘텐츠,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나를 도와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남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여러분도 미디어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큰 변화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책을 쓰고 얻은 것

그래서 책 팔아서 돈 많이 벌었냐고? 여기까지 읽었으면 궁금할 법도 하다.

솔직히… 못 벌었다. 책이 출간된 이후부터 암호화폐 시장은 줄곧 내리막이고, 반대로 경쟁 도서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베스트셀러는 근처에도 못 갔을 거다.

하지만 별로 슬프진 않다. 출간 덕분에 귀중한 걸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첫째,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내가 블록체인을 주제로 책을 쓸지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운이 좋았다. 우연히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암호화폐/블록체인이라는 인기 있(었)던 분야에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덕분에 그후 약 1년 간 수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고.

둘째, 글쓰기보다 한 차원 높은 책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고통스럽지만 중독성이 있다. 쓰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고 때려치우고 싶지만, 다 쓰면 남들한테 인정받으면 재미있고 뿌듯하다. 그 재미에 또 힘들었던 것 있고 열중하게 된다.

책쓰기의 재미는… 똑같은데 글쓰기의 10배쯤 된다고 본다. 꼭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콘텐츠를 창조하는 재미는 모두 이런 데서 오는 듯하다. 창작의 고통과 창작의 희열은 한 장 차이다.

그래서 꿈이 생겼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거다.

진짜 베스트셀러를 써야 한다는 건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쓸 정도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글빨을 갖춘 작가가 되고 싶다. 전문성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글만 잘 쓰는 것도 아닌 그런 작가.

그 때를 위해 한발짝씩 내딛어보자.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는 내 인생 첫 책이지만, 마지막 책은 절대 아닐 테니까.


** 2018년에 올린 글을 다듬은 것임

스타트업, VC, 창업, 기자, PD를 거쳐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매일 씁니다. 더 자라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러닝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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