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Man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September 14, 2020

KAY

개한테 물려도 벌에 쏘여도 내가 슬퍼도

명화 Sound of Music의 명곡 My Favorite Things를 아시는가? 가사는 대략 이렇다.

“When the dog bites, when the bee stings, when I’m feeling sad, I simply remember my favorite things and then I don’t feel so bad”

“개한테 물려도, 벌에 쏘여도, 내가 슬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그렇게 슬프지 않아”

thingsilike

나는 요새 진짜 벌에 쏘인 것처럼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정신과 몸의 건강, 일과 프로젝트들, 사소한 일상 등등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피곤하고 다 팽개치고 싶고 에너지가 하나도 없다.

코로나 + 장마 + 태풍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 놀러다니면서 풀지도 못하고 헬스장은 문을 안여니 운동도 안하게 된다. 상황을 핑계대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프로가 되려면 내재적 모티베이션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아마추어스러움에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매순간 지옥은 아니다. 주변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받은 칭찬과 감사의 말, 어제 몇 달만에 주말 외출해서 먹은 대부도 대하구이, 부장님의 수고했다 한마디 뭐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삶의 고통을 순간적으로 잊기는 한다.

자기이해도와 디테일

내가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왜 즐거운가. 나는 왜 힘든가. 대략적으로 아는 것과 디테일까지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전 글 ‘슬럼프를 버티자’에서 나를 버티게 해주는 무기였던 명상과 일기는 내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좋은 습관이다. 최소 내가 오늘 뭐했는지는 일기에 적혀있고, 명상을 하면 나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자기이해도가 높으면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좀 생기는 것 같다. 나에게 지나친 고통을 주는 길을 피하고 행복을 최적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 이해도의 핵심은 구체성이다. 사람들은 다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중요한 건 그게 정말 ‘어느 정도’냐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무거나 3개 적어봤다.

  • 착한 행동
  • 고기

이렇게 쓰니까 너무 추상적이다. 저 3가지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질문으로 좀 더 구체화를 해보자.

  • 내가 하는 착한 행동? 남이 하는 착한 행동? 착한 행동은 뭘까?
  • 고기만 좋아하나? 해물은? 고기면 다 좋아하나?
  • 돈? 돈이면 다 좋나?

그래서 더 구체화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 나는 이타적인 행동이 좋다. 나의 이타적인 행동과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을 모두 포함한다. 이타적인 행동이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는 선한 의지에 기반한 행동이다.
  • 짭쪼름 하면서 단백질 씹는 맛이 있는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물 계란 맛있다.
  • 돈이 좋다. 구체적으로는 부정적이지 않은, 최소 중립적인, 이왕이면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면서 번 돈.

처음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더 선명하다. 예시를 들기도 더 쉽다.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 친구들이 뭐 먹으러가자고 할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내 기준에서 내 영혼을 갉아먹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내 행복을 최적화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물론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며, 구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내가 변할 뿐.

사실 이 글은 1시간 만에 작성되었다. 글 쓴 나도 내가 뭔소리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의 글은 적혀야한다. 요새 러닝맨에도 많은 인풋을 들이기가 귀찮고 힘들다. 좀 더 에너지가 생겼으면 좋겠다. 젠장.

예전에 내가 하고있는 / 하고싶은 행동들을 적고 내가 왜 하고있고 / 하고싶은지 꼬리를 달아서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조만간 글로 써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글 끝.

스타트업과 컨설팅, 정유사를 거쳐 현재 Web3 스타트업을 창업했습니다. IT 산업, 에너지 산업, 블록체인 및 기술 기반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꿈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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