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
April 24, 2022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난 이것 저것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항상 재미있는것은 많지 않았다. 이런 내가 평생 좋아할 수 있는게 있을까? 다행히 힌트는 있다.
대학교 이후 한번도 재미없다고 생각해본 관찰 대상이 있다. 사람이다. 사람이 언제부터 재미있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언젠가부터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의 표정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사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부터 내 관심사는 갈등이다. 입자가속기는 입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시켜 입자 내부의 구조를 파악하듯, 사람은 서로 충돌할때 그 특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매일 매일 신문을 읽는다. 누가 싸움이 났다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왜 싸웠는지. 이 싸움의 결말은 무엇인지 상상하는 취미가 있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전운이 감돌 때 부터 계속 내 관심사였다.
근데 사람을 관찰하는거. 그리고 갈등이 일어나는것과 나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이득을 얻기에 그런거에 집요하게 관심을 가지는걸까? 밥벌이에 도움이 안된다면 그런 취미생활을 줄이고 다른걸 하는게 좋지 않을까.
지금은 개발로 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에서 돈을 벌고 있다. 처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건 돈 때문이였다. 아니 이게 뭐기에 이렇게 떡상하는지 호기심에 조금 투자도 해보고. 공부도 해봤다. 솔직한 말로 이 분야에 종사하던 내내 이 기술이 사랑스러워서 남은건 아니다. 어떤 순간엔 다른 분야가 더 흥미로웠던 적도 있고. 그 길로 진로를 틀려고 고민했던 적도 있디.
결국 이 분야에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원동력은. 처음에 하등 돈버는데 도움이 안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였다. 사람들이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갈등 양상이 조금이나마 달라질까? 조금 더 생산적인 갈등이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이 아직까지 여기에서 일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면. 돈을 덜 받는다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아까 질문은 잘못됐다. 이득이 되는 것을 좋아하도록 노력하는거 보다. 내가 좋아하는걸 이득이 되게 만드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게 더 맞는 접근이다. 그동안 살면서 호기심을 잃지 않은 사람에 대해 더 집중하고 고민해봐야겠다.